화성탐사로봇 착륙총괄팀장 앨런 첸이 말하는 긴박했던 그 순간
“착륙 확인!” 지난 5일 밤 10시 32분(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의 미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관제실에서 마이크를 통해 이 말이 흘러나오는 순간 수십명의 연구원들이 일제히 환호했다. 당시 미국은 물론 전 세계를 흥분시켰던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화성 탐사로봇 ‘큐리오시티’의 착륙 부문 총괄팀장 앨런 첸(33)이었다.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어려운 과정인 착륙 부문을 책임진 첸 팀장이 12일 국내 언론으로는 처음으로 서울신문과 전화 인터뷰를 갖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타이완계 미국인으로 코네티컷주에서 태어나 매사추세츠공대(MIT)를 졸업한 그는 당시의 흥분이 아직 가시지 않은 듯한 목소리였다.미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탐사로봇 큐리오시티가 지난 5일(현지시간) 화성 표면에 무사히 착륙하면서 인류의 화성 탐사 작업은 더욱 속도를 내게 됐다. 큐리오시티가 주 카메라인 마스트캠으로 찍은 화성 표면. 로봇 동체 앞으로 화성의 거친 지표면이 보인다.
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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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탐사로봇 큐리오시티가 지난 5일(현지시간) 화성 표면에 무사히 착륙하면서 인류의 화성 탐사 작업은 더욱 속도를 내게 됐다. 네덜란드 민간기업인 ‘마스원’이 공개한 캡슐형 우주선의 화성 착륙 가상도. 이 회사는 2022년 9월 우주비행사 4명을 화성에 보내 NASA보다 먼저 인류를 화성에 정착시키고 이 과정을 리얼리티 TV 쇼로 제작하겠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마스원 제공
마스원 제공
-매우 흥분됐고 기뻤고 행복했다. 한편으로는 안도감도 들었다. 그동안의 어려움을 이겨낸 팀 동료들이 자랑스러웠다.
→무엇이 가장 어려웠나.
-화성의 뜨거운 열로부터 큐리오시티를 보호하는 것과 자동차만 한 크기의 큐리오시티를 착륙시키는 일이 힘든 과제였다. 원격 조종이어서 큐리오시티를 통제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큐리오시티가 우리에게 착륙했다는 신호를 보내는 데 14분이나 걸렸고, 우리가 다시 큐리오시티에게 명령을 내리는 데 14분이 걸렸다.
→큐리오시티가 왜 그렇게 커야 했나.
-화성에 연구실이 없기에 연구실을 가져갔다고 보면 된다. 화성 표면에서 데이터를 수집할 10개의 장비를 큐리오시티 안에 장착해야 했고, 그 장비들이 과거에 비해 더 크고 정교해졌다.
앨런 첸
-처음으로 에어백 대신 로봇과 크레인을 이용해 착륙시키는 방식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하나라도 잘못되면 모든 게 끝이었기에 긴장됐고 초조했다. 돌이켜보면 7분이 7년 같았다.
→크레인 사용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왔나.
-큐리오시티의 무게가 1t이나 되기 때문에 에어백 방식은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 정도 무게를 견딜 에어백은 디자인할 수도, 마땅한 재질을 구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천천히 착륙시키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했고 헬리콥터에서 로프로 물건을 내려놓는 원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왜 큐리오시티 탐사를 10년간이나 준비해야 했나.
-작은 팀에서부터 시작했고 나중에 차츰 인원이 보강되면서 단계적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됐기 때문에 시간이 걸렸다.
→일각에서는 25억 달러(약 2조 8000억원)나 들인 이번 프로젝트가 인간의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것 외에 실질적으로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무용론이 제기되는데.
-우주개발은 인류에게 영감을 주고 과학을 고무시키고 기술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
→인간이 화성에서 살 수 있는 날이 올까.
-단정하기 힘들다. 보내오는 데이터를 통해 화성을 이해하는 일이 먼저다.
→현재까지 큐리오시티의 활동은 어떻게 평가하나.
-인상적이다. 처음 며칠 동안은 데이터 전송이 적었지만 앞으로 더 많은 정보가 들어올 것이다.
→화성 탐사와 관련, 다른 나라가 NASA의 기술을 따라올 수 있을 것으로 보나.
-이미 유럽 등에서 화성 탐사 시도를 여러 번 했다. 사실 큐리오시티는 NASA만의 프로젝트가 아니다. 다른 나라 기술자들이 많은 기여를 했다. 우리의 노하우를 여러 나라와 공유하고 싶다.
→금성 탐사는 안 하나.
-여러 번 시도했다. 다만 금성은 화성에 비해 훨씬 뜨겁기 때문에 탐사선 착륙이나 작동이 화성보다 어렵다.
→미국에 비해 우주개발 기술이 뒤떨어져 있는 한국에 조언을 해 준다면.
-한국에도 훌륭한 과학자가 많고 우주에 흥미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다른 나라들과 기술, 리스크, 혜택 등을 공유하는 노력을 경주했으면 한다.
→우주 과학자가 되고 싶은 한국 어린이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꿈을 좇아라. 우주든 과학이든 꿈을 키우고 소통할 수 있는 능력과 기술을 키워라.
→큐리오시티 프로젝트에 한국계도 참여하고 있나.
-순항(크루즈)팀에 ‘데이비드 오’라는 한인이 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2012-08-1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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