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연맹 “오은선 칸첸중가 등정 인정못해”

산악연맹 “오은선 칸첸중가 등정 인정못해”

입력 2010-08-27 00:00
수정 2010-08-27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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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진실 말해다오

“오은선의 칸첸중가 등정은 인정하기 어렵다.”

대한산악연맹이 여성산악인 오은선(44)씨가 칸첸중가(8586m) 정상에 오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로써 여성산악인 세계 최초의 히말라야 8000m급 14좌 완등 기록은 국제 공인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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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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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연맹은 26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 경기단체 회의실에서 칸첸중가에 올랐던 6명과 서밋미팅(summit meeting·정상 등반 여부를 확인하는 일종의 청문회)을 가진 결과 이런 결론을 도출했다. 회의에는 엄홍길(2000년 등정)·박영석(1999년)·한왕용(2002년)·김웅식(2001년)·김재수(2009년)·김창호(2010년)씨가 참석했다. 개인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한 서성호(2010년)씨는 전화통화로 의견을 나눴다.

이들은 “오은선씨가 정상에서 찍었다고 주장한 사진에 나타난 지형은 칸첸중가 정상에서 찾아볼 수 없다. 지난해 말 오씨가 직접 설명한 등반과정도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최근 등정한 김재수·김창호씨의 의견이 가장 심도 있게 청취됐다.

오씨는 지난해 5월6일 칸첸중가를 등정했다고 밝혔지만 같은 달 18일 등정에 성공한 김재수씨가 “정상의 사진이 실제 모습과 많이 다르다.”고 주장하면서 의혹이 일었다. 오씨와 14좌 완등경쟁을 벌이던 에두르네 파사반(스페인)도 시비를 따져 오씨의 완등 여부가 국제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연맹은 국제관례에 따라 등정 성공 여부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아 왔다. 그러나 잡음이 끊이지 않자 지난해 11월 오씨와 칸첸중가 등정 산악인 5명이 모여 ‘1+5회의’를 마련했다. 2명이 불참해 ‘1+3회의’가 됐고 결론을 얻지 못했다. 이후 지난 4월 오씨가 안나푸르나(8091m)를 마지막으로 14좌를 완등한 뒤 또 논란이 됐다. 하지만 여성산악인 세계 최초라는 화려한 타이틀에 가려 의혹은 잠복해 있었다. 최근 한 방송사 프로그램을 통해 논란은 재점화됐다.

파장이 큰 사안인 만큼 이인정 연맹 회장이 직접 참관했다. 이 회장은 “전날 오은선과 면담을 했는데, 등정에 대한 믿음이 강직했다. 오은선이 힘들어하는 모습에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의재 연맹 사무국장은 “연맹이 히말라야 등반 사실을 공인하는 기관은 아니지만, 진위 확인을 바라는 사회의 요구에 부응해 국내 산악계가 내놓을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이었다.”고 설명했다.

오씨는 “의혹을 줄곧 제기해 온 산악인들을 포함한 연맹 이사들로 구성된 회의라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연맹의 의견일 뿐이라 얼마나 공신력이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2010-08-27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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