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킹 붉어진 두 눈엔 30년 함께 뛴 그의 그림자

라이언 킹 붉어진 두 눈엔 30년 함께 뛴 그의 그림자

최병규 기자
입력 2020-10-28 20:46
수정 2020-10-29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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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선수 생활 마친 이동국 은퇴 회견

“아버지도 은퇴한다고 말씀” 눈물 흘려
2009년 전북 리그 우승이 최고의 순간
2002·2006년 월드컵 낙마에 가슴 아파
A급 지도자 과정 이수하며 앞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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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간의 선수 생활을 마감하는 전북 현대의 이동국이 2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훔치고 있다. 전주 뉴스1
23년간의 선수 생활을 마감하는 전북 현대의 이동국이 2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훔치고 있다.
전주 뉴스1
“몸은 그대로지만 정신이 약해져 은퇴를 결심했다.”

‘K리그의 전설’ 이동국(41·전북 현대)의 은퇴 이유는 신체와 정신의 부조화를 더이상 버텨 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동국은 2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많은 분이 부상 때문에 그만둔다고 짐작하시겠지만 몸 상태는 아주 좋다”며 “몸이 아픈 건 이겨 낼 수 있지만 정신이 나약해지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 지금껏 정신이 몸을 지배한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부상 이후 사소한 일에 조급해지더라. 욕심내 들어가려 하고 조그만 일에도 서운해하는 자신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은퇴를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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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과 마지막 셀피 촬영
취재진과 마지막 셀피 촬영 프로축구 전북 현대의 이동국이 2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자신의 은퇴 기자회견을 취재하러 온 취재진을 배경으로 셀피를 찍고 있다.
전주 연합뉴스
23년 동안이나 현역 생활을 이어 온 비결에 대해 이동국은 “바로 앞의 경기만 바라봤다. 그러다 보니 내 나이를 잊어버렸다”면서 “프로 선수라는 직업은 경쟁에서 살아남는 게 최고의 미덕이다. 장점을 극대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남들이 따라오지 못하는 장점을 만들면 프로에서 롱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동국은 38년 K리그 역사상 ‘최고’라고 불릴 만한 활약을 펼쳤다. 프로 무대에 뛰어든 이후 각급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지금까지 총 844경기를 뛰면서 모두 344골을 넣었다.

하지만 이동국이 웃기만 한 건 아니다. 거스 히딩크 전 대표팀 감독에게 외면받아 2002년 한일월드컵을 TV로 지켜만 봐야 했고 2006년 독일월드컵을 앞두고는 무릎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낙마했다.

“2009년 전북 입단 뒤 첫 우승컵을 들어 올린 게 최고의 순간이었다”고 밝힌 그는 “그러나 2002년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포함되지 않았을 때 그리고 그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4년 뒤 독일 대회를 앞두고 모든 걸 쏟아부었지만 두 달 남기고 부상으로 놓쳤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 기억하고 싶지 않다”고 진저리를 쳤다.

기자회견이 시작되고 34분이 지나도록 담담하게 얘기하던 이동국은 기자회견 전날 밤 아버지와 대화한 얘기를 전할 때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한 채 눈물을 흘렸다. 그는 “30년 넘게 ‘축구선수 이동국’과 함께하신 아빠도 은퇴하신다고 하셨다. 그 말씀에 가슴이 찡했다”고 소개했다.

그와 같은 ‘토종 공격수’가 없다는 견해에 대해 이동국은 “출전 시간을 보장해 주면서 구단이 계획을 세우고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퇴 후 진로에 대해 이동국은 “A급 지도자 과정을 밟고 있지만 아직 지도자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는 건 아니다”라면서 “만약 ‘오버 42세 룰’이 생기면 내가 1년 더 현역 생활을 할 생각이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2020-10-29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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