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 요청받은 경찰관 “다른 신고로 현장 출동중”
인천에서 괴한들이 새벽길을 걷던 20대 여성들을 이유 없이 폭행하고 달아나 경찰이 용의자들을 쫓고 있다.경찰은 최근 의정부와 수원에서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흉기난동 사건이 잇따라 발생한 터라 ‘묻지마’식 폭력의 확대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22일 인천 삼산경찰서에 따르면 A(26ㆍ여)씨 등 3명은 지난 19일 오전 4시45분께 인천 부평시장 인근을 걷던 중 괴한 2명에게 수십차례의 발길질과 주먹세례를 받으며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이 중 1명은 코뼈가 부러지고 이가 빠지는 등 크게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길을 걷다가 마주 오던 술취한 남성 2명과 부딪칠 것 같아 피한 뒤 계속 걸어갔다”며 “그런데 누군가가 뒤쫓아와 ‘야 거기서봐’라고 말하며 함께 걷던 1명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했다”고 말했다.
A씨는 경찰의 미온적인 대처에도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폭행 현장을 간신히 빠져나온 A씨와 B(20ㆍ여)씨는 마침 지나가던 경찰 순찰차를 세우고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순찰차에 타고 있던 삼산서 중앙파출소 소속 경찰관은 “절도신고가 접수돼 현장 출동 중”이라며 “112신고가 이미 접수됐으니 다른 순찰차가 곧 도착할 것”이라고 말한 뒤 현장을 떠났다.
2분 뒤 다른 순찰차가 현장에 도착했을 땐 괴한 2명은 이미 달아난 뒤였다.
A씨는 “울면서 도움을 요청했는데 경찰관들은 다른 범죄현장에 가 봐야 한다며 곧바로 도와주지 않았다”며 “폭행현장으로 곧바로 갔다면 피해도 줄이고 용의자들도 검거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인천경찰청은 이에 대해 “처음 도움 요청을 받은 경찰관은 또다른 순찰차가 현장으로 오고 있는 모습을 차량 백미러로 확인한 뒤 현장을 떠났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화면에 담긴 폭행 장면을 토대로 20대 후반으로 추정되는 용의자 2명을 쫓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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